Dot To Dot

Gallery Purple, 12 August 2022 – 27 August 2022

Dot To Dot 설치 전경 1
Dot To Dot 설치 전경 2
Dot To Dot 설치 전경 3
Dot To Dot 설치 전경 4
Dot To Dot 설치 전경 5
Dot To Dot 설치 전경 6

점을 이어가기

류혜민 서울시립아카이브 미술관 학예사

《Dot to Dot》은 김태동이 기획하고 김찬훈, 류준열, 이나현, 이지영, 이예은, 최정현이 참여한 사진전이다. 20대, 그리고 사진작가라는 두 가지 공통점에서부터 시작한 이 전시는 서로 다른 지향과 관심사를 가진 여섯 명의 젊은 사진작가를 소개한다.

김찬훈의 ‘닳은풍경’(2019-2020) 시리즈는 대구의 위성도시인 경상북도 경산시를 배회하면서 촬영한 사진이다. 이 사진들은 수도권으로 장소를 옮겨서 구옥의 외관을 관찰하고 카메라로 수집한 ‘닳은풍경: 자유변형’(2021) 시리즈로 확장된다. 김찬훈은 자신이 수집한 버내큘러 건축 이미지에서 방어기제, 경계분쟁, 개인의 기호, 유행 편승, 재료, 지형 적응이라는 키워드를 도출했다. 그리고 미술자료가 분류와 계층을 통해 조직되듯이, 수집한 사진을 이 키워드에 따라 분류했다. ‘닳은풍경: 자유변형’은 우리에게 익숙하고 평범해서 특징이 없다고 오해했던 골목 풍경에 김찬훈이 고안해낸 여섯 가지 유형의 요소들이 필수적으로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듯하다. 이렇게 분류된 사진들은 수평과 수직의 매끈함보다는 사선과 곡선으로 뒤엉킨 울퉁불퉁한 질감을 지녔다. 김찬훈은 엉뚱하지만 놀라운 면모를 가진 공간의 모습을 자신의 분류체계를 통해 포착해서 이곳에서 영위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흥미로운 흔적을 보여준다.

김찬훈이 도시의 오래된 주택에 주목했다면, 류준열은 지금은 철거된 서울시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를 기록했다. 아파트 단지가 둔촌1동 행정동 전체를 차지하고 세대수가 5,930가구에 이르는 거대한 대단지였던 이곳은 2017년 재건축 계획이 확정되었고, 지금은 새로운 아파트 건설을 둘러싼 곤경을 치르고 있는 땅이 되었다. ‘부재의 아카이브’(2018-2020) 시리즈는 아파트에 살고 있던 주민이 모두 떠난 후의 풍경과 아파트에서 수집된 물품들을 촬영한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은 쉽게 보기 힘든 디자인의 〈비상조명등〉과 〈인터폰 호출기〉, 그리고 〈기린미끄럼틀 잔해〉는 자신의 쓰임을 다하고 둔촌주공아파트의 한 조각이 되어 서울기록원에 소장되었다.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이 사진들은 자료가 이관되기 전에 촬영된 것이다. 오래된 물건을 깨끗하게 정돈해서 선명하고 또렷하게 시각화한 이미지는 사진이 무엇을 기록할 수 있는지 질문하고 있는 듯하다.

이나현은 3D 그래픽 툴을 통해서 가상의 풍경과 사물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매끄럽게 360도 회전할 수 있는 환영을 2차원 평면으로 캡처하듯이 출력한다. 다시 말해 ‘Screen Time’(2021-2022) 시리즈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사물을 광학 기기로 복제한 것이 아니다. 한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이미지들이 실재하는 대상을 촬영한 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어딘가에서 한 번쯤 유사한 이미지를 본 듯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시리즈의 제목인 스크린 타임은 이에 대해 실마리를 제공해주고 있는데, 스크린 타임은 앱이나 특정 웹사이트에서 소비하는 시간을 알려주는 애플 운영 체제의 기능으로 하루 동안 어떤 이미지에 노출되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환경에 대해 고민해온 이나현은 〈Meteorite〉처럼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스크린을 통해 접한 이미지를 재구성했다.

이지영은 우연히 포착한 ‘이상하고 수상한’ 장면을 사진으로 담는다. ‘이상하고 수상한’(2020- ) 시리즈의 작업 노트에서 빌려온 ‘사진으로 담는다’는 표현을 곱씹어보면, 담는다는 것은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을 연상시킨다. 사진을 찍는 행위가 피사체를 복제함으로써 언제든 다시 꺼내 볼 수 있는 형태로 대상을 소유하게 하는, 혹은 소유했다는 착각을 주는 수단이기에 그리 주목할 만한 표현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잠시 김찬훈의 ‘닳은 풍경’을 복기해보면, 이 사진들은 자신이 촬영한 대상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지향에서 분명히 벗어나 있다. 김찬훈이 사진을 분류하고 도식화하는 작업 또한 사진과 작가 사이의 객관적인 거리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편 이지영의 사진을 보고 있자면,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를 듣거나 서가에 어떤 책이 꽂혀 있는지 살펴보는 듯한 개인적이고 내밀한 감정이 성큼 다가온다. 별다른 연출이 있어 보이지도 않고 과장해서 편집하지도 않은 이 사진에 대해 이지영은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을 대상화해서) ‘찍었다’라고 하기보다는, (내가 붙잡고 소유하고 싶은 순간을) 담았다고 표현한 것이 아닐까.

사진을 매개로 개인의 삶에 주목해온 이예은은 이번 전시에서 ‘무모’ 연작을 소개한다. 전시 준비를 위한 사전 미팅에서 작가는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물류센터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들려주었다. 그곳에서 이예은이 맞닥트린 거대한 시스템과 그 질서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은 〈모래공 만들기〉에서는 바다로, 〈실내온도 높이기〉에서는 겨울의 차가움으로 자연물에 기대어 사진에 등장한다. 민들레 홀씨로 피아노 건반을 눌러 보려는 소용없는 시도처럼 ‘무모’ 연작의 사진들은 흔히 상상할 수 있는 물류센터의 스펙터클에서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지려고 한다. 이렇게 역설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고 있는 이예은의 사진에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도전을 언제까지나 다시 시도할 것 같은 긍정적인 힘이 있다.

최정현은 간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년간 병원에서 근무한 후 사진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반창고를 의미하는 ‘Plasta’ 시리즈는 이예은의 ‘무모’ 연작처럼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Plasta’는 동년배의 여성 간호사를 촬영하고 그들과 나눈 대화에서 발췌한 단어를 반창고에 인쇄한 작업이다. 사회초년생인 20대 여성 간호사들과의 만남은 최정현에게 자신의 과거를 마주 보는 일일 테다. 최정현이 그들의 존재를 가시화시키고자 하는 시선에는 20대 여성 간호사라는 관습적인 시각 기호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작가 노트에서 달콤하지만은 않았던 자신의 기억과 여전히 현직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에 대해 쓰고 있는 것처럼, 최정현은 과거의 동료였던 이들이 느끼는 불안한 감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사진을 통해 주목한다.

전시 서문

김태동 작가

유년 시절부터 핸드폰 카메라 사용이 익숙한 지금의 20대들은 하루에도 수 장씩 사진을 촬영하며 소통한다. 본능적으로 사진을 다뤄온 이 세대의 시선은 곧 새로운 언어와 같다. 자신만의 사진 문법을 만들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6명의 20대 작가를 소개한다.

김찬훈은 <닳은 풍경: 자유변형>을 통해 일상에서 발견되는 버네큘러 건축물의 변형 양상을 지형적, 심리적, 사회학적 기준을 통해 분류하여 보여 준다. 건축 설계와는 상관없이 지역 거주민의 필요해 의해 유기적으로 변형된 건축 양식을 관찰하고 분류하는 과정을 통해 시대와 지역성에 뿌리 내린 다양한 욕망을 파악하고 분석한다.

류준열의 <부재의 아카이브>는 기록이라는 사진 본연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이주가 끝나 철거를 앞두고 있는 둔촌동 주공아파트의 변화의 풍경을 기록한 사진과 현장에서 수집한 물품들의 스틸라이프 사진의 두 갈래로 이루어져 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대형 아파트 단지의 중앙 난방식 통제 시설과 손 때 묻은 기계 장비들은 아파트가 완전히 철거된 현재의 시점에서 부재의 불멸 풍경을 보는 듯한 생경한 시각적 경험을 전달한다.

이나현은 인간이 사물과 실재를 인식하는 방식에 개입한다. 출시 전 이미지로만 존재하는 테슬라사의 사이버 트럭으로 붐비는 도로를 보여주고, 프로그램 속 텍스쳐를 반전해 새로운 물성을 가진 암석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우리가 믿고 있는 실재에 의문을 던지며 실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업 제목 <Screen time>은 스마트폰, 타블렛 등의 전자기기 사용 시간을 의미하는데, 이는 실재보다 스크린 위의 세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우리의 삶을 대변한다.

이지영의 <이상하고 수상한>은 전통적인 스냅사진의 문법을 따르면서 자신만의 감각 언어를 보여주는 사진 연작이다. 작가는 일상적인 풍경들과 사물을 깊게 관찰하며, 나는 무엇에 이끌려 사진을 찍게 되는지를 담담하고 끈기 있게 찾아나간다. 사진 속에 담긴 풍경들은 때때로 아름답고 초현실적이며 사진 이면에 담긴 작가의 불완전한 심리상태를 암시하기도 한다.

이예은의 <무모> 연작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에 도전하는 수행 과정을 보여준다. 바닷물에 차를 우려내보고, 손등으로 커피를 마시고, 건물을 안아서 온도를 높이려는 작가의 익살스러운 무모함 속에는 매일 같은 업무가 쉼없이 반복되는 고된 노동 현장을 향한 은유와 따듯한 시선이 녹아있다. 전작 <마음 쌓기>에서 위로의 의미를 담아 물건을 하나 하나 쌓아올리듯이 좀 더 나은 환경을 위한 작은 염원을 사진 속에 반어적으로 표현한다.

최정현의 작업 <PLASTA>는 사회 초년생인 20대의 간호사 초상사진과 그들이 업무환경에서 겪는 불안정한 감정을 담아낸 작업이다. 사진을 하기 전 병원에서 간호사로서 일했던 작가는 그들의 고강도 업무환경과 감정노동에 깊게 공감하며 그들의 사연을 반창고(Plasta)위에 적어내려 간다. 각각의 인물과 함께한 촬영 과정은 서사 방식에 따라 사진 속에서 은유적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작가가 느끼는 20대의 여성으로서의 동질감과 타인의 치유를 위해 일하는 이들을 치유하고자 하는 바람이 담겨있다.

점들이 모여 하나의 형태를 이루듯이 참여작가들의 다양한 예술 실험이 계속되기를 응원한다.